6월 10일 연중 제9주간 토요일
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성전에 있는 헌금 함에 돈을 넣는 사람들을 지
켜보고 계십니다. 많은 부자가 찾아와 큰 돈을 넣는 모습도 보시고, 가난한
과부가 찾아와 렙톤 두 닢, 곧 콰드란스 한 닢에 지나지 않는 적은 돈을 넣
는 모습도 보십니다. 콰드란스는 당시 노동자들의 하루 품삯인 한 데나니온
의 64분의 1에 해당하는 단위로, 값어치가 가장 낮은 로마 화폐였습니다. 부
자들 ‘다수’에 대비되는 가난한 과부 ‘한 사람’, 그리고 그들이 봉헌한 ‘거액’
과 ‘소액’의 대조가 뚜렷하게 나타납니다.
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. “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 함에 돈을
넣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.” 이 말씀은 많은 돈을 기부한 부
자들 가운데 누구보다 - 가장 많은 돈을 기부한 사람보다도 - 더 많은 돈
을 넣었다는 의미일 수 있지만, 부자들이 기부한 모든 돈을 합친 금액보다
그 과부가 더 많은 돈을 넣었다는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. 어느 쪽으
로 이해하든, 콰드란스 한 닢과는 견주지도 못할 엄청난 금액일 텐데, 예수
님께서는 어찌하여 이런 왜곡된 말씀을 하실까요?
예수님께서 눈여겨보신 부분은 봉헌의 액수가 아니라, 그들이 그것을
봉헌하는 정황입니다. “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 넣었지만, 저 과
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,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.”
여기서 생활비를 옮긴 그리스 말 ‘비오스’의 본뜻은 ‘생명’입니다. 과부는 자
신의 온 생명을 봉헌한 것입니다. 넉넉한 가운데 얼마씩 봉헌하고도 남는
것이 있는 부자들과 달리,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바친 것입니다. 그리
고 이 모습은 자신의 생명을 우리에게 희생 제물로 내주신 예수님과도 무척
닮았습니다. 어떤 이는 그 과부가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다고 비판할
수도 있습니다. 그러나 하느님께 자신의 가진 모든 것을 봉헌하고자 하는
마음은 분명히 칭송받아 마땅합니다.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, 마음
속 곳간에 쌓아 둔 소중한 것들 가운데, 우리는 주님께 무엇을 내드리고 있
습니까? ⊕
- 매일 미사 오늘의 묵상 필사 -